[한국정책방송=양정우 기자] 각 민족의 생활 양식을 결정하는 것은 그 민족의 주식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유목 민족의 주식은 사육하는 가축의 유제품이나 가축에서 얻는 육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데서 대부분의 서구 민족을 유목 민족이라고 한다면, 채식을 주식으로 삼는 우리 민족은 농경 민족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민족의 정서와 문화도 농경 문화에 근간을 두고 있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흔히 동서양을 지역적 구분에 따르고 있지만, 그보다는 문화적으로 서로 다르다는 데서 동서를 구분하는 것이 더욱 분명한 이치이다. 다시 말하면 문화의 원초적 형태인 식 문화의 차이에서 동서를 구분한다면 서구 문화를 육식 문화라 할 수 있고 우리 민족의 원래 식 문화는 채식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이는 문화에는 우열이 있을 수 없고 다만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식생활 문화에 있어서 만은 우리의 채식 문화가 서구의 육식 문화보다 우수하다는 생각을 나는 가끔 하곤 한다.
어느 나라이든 저마다의 식생활 문화가 있고, 그 문화에는 예절이 따르기 마련이다. 우리의 어른들은 음식을 먹는 태도에 있어서 특히 많은 예절을 요구하였다. 첫째로 우리는 밥을 들고 다니면서 먹는 것은 금기시하고 누구나 용납될 수 없는 식탁의 예절로 가르쳐왔다. 그것은 농사를 짓는 것은 시절과 기후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곡물을 가꾸는 것은 촌각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일정 시간 동안을 기다려야 한다.
즉 씨앗을 뿌려 놓고 발아가 되기 까지에는 얼마간의 시간을 기다려야 하며, 그 기다리는 시간에서 우리의 식문화도 형성된다. 그런데 반해서 유목 생활에서는 이동은 불가피하고 따라서 가축의 이동에 따라 식사의 태도가 결정된다. 예컨대 가축이 이동하고 있는데 한가하게 상을 차려 놓고 식사를 할 수 없는 것이다. 가축을 따라가면서 식사를 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유목민의 후예들인 서구인들은 장소에 관계없이 음식을 손에 들고 다니면서 먹는다.
길거리를 다니면서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는 서양인들 보면서 우리는 그네들이 유목민의 후손임을 짐작하게 된다. 말하자면 농경 문화를 정착 문화라 한다면 유목 문화는 이동 문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이동 문화에 뿌리를 둔 서양인들이 길거리를 다니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본 우리의 윗 어른들은 얼마나 가볍고 경박스러운 식문화로 여겼을 것 인가를 짐작 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이 농사를 질 때에는 어느 의미에서는 개인적으로 경영하기가 어려웠었다, 말하자면 공동 작업으로 경작이 이루어졌다. 예컨대 모를 심어야 할 시기는 마을 사람들이 서로 도와가며 공동으로 모내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가축을 몰고 다니는 데는 집단적으로 작업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 한 두 사람의 목동 만으로 많은 가축들을 이동할 수 있다. 여기에서 이른바 동양인들의 공동체 문화와, 서구의 개인주의 문화가 발생한 것이라고 쉽게 짐작 할 수 있다.
우리는 서구 사회 문화를 개인주의 문명 사회라고 한다. 그에 반해서 우리 사회를 집단주의 사회라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 상부상조하는 협동 정신이 발전하게 되었고, 그래서 하나의 집단을 이루는 공동체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러한 집단 공동체 생활에는 이른바 상부상조라는 것이 가능하며, 나와 너라는 협동심과 그 협동심으로부터 인정이라는 따스함이 싹트게 된다.
그러나 서구의 개인주의 문화의 냉혹함은 인정의 결핍을 일으키게 되었고, 개인주의 문화를 극복해 보고자, 서양인들이 주말마다 열게 되는 파티 문화가 생겨났다. 그러나 날마다 만남을 갖는 우리의 농촌 사회에서는 파티 문화는 별로 의미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날마다 동일한 지역에서 협동 생활을 하는 우리에게 있어서 특정한 날을 정해 놓고 모임을 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활 양식과 의식 구조는 주거 생활에서도 그 차이가 현저함을 볼 수 있다. 우리는 공동 작업을 통해서 경작이 이루어져야 함으로 하나의 촌락을 이룬다. 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집을 지을 때에도 바로 이웃과 인접하여 짓는다. 그러나 서구 사람들은 주택과 주택 간의 충분한 거리를 두었다. 그것은 혼자서도 살아가는 데 익숙한 개인주의 문화에서 싹튼 생활 양식이다. 그래서 서구인들은 산속에 혼자서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 주로 많이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TV에서 가끔씩 보는 “나는 자연인이다” 라는 TV 프로그램도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은 공동체 생활에서 벗어나 홀로 떨어져 사는 것을 일반적으로 사회성을 결여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농경 문화에 뿌리를 둔 우리 문화와 서구 문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음식의 원재료의 차이라고 생각 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이 채식을 주식으로 삼았던 것은 농경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냉장고가 없었던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1년에 몇 차례 그것도 명절 같은 날 겨우 고기를 사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그러나 서구 유럽 사람들은 아침저녁으로 육식을 주식으로 삼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생소한 갖가지 질병이 많았고, 건강은 그만큼 위협을 받고 있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식생활은 서구의 인스턴트 문화를 너무 쉽게 따라가고 있다.
-이 글은 2부에 걸쳐 게재됩니다. 2부에서 계속-
이건순 / 가정학박사(식품영양학) 한국공공정책신문 이사 전)동아시아식생활학회 회장 전)한국농수산대학 교수 전)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객원교수 <저작권자 ⓒ 한국정책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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